단량체(Monomer)를 중합해 고분자를 제조하는 공정들 중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제조법이 바로 괴상 중합(Bulk polymerization)입니다. 괴상 중합은 용제가 없는 상태에서 단량체를 중합시키는 방법입니다. 라디칼을 이용하는 괴상 중합을 수행하기 위해선 액상 단량체 및 단량체에 용해되는 개시제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성장사슬 전이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라디칼 괴상중합에는 몇 가지 큰 단점이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를 단량체의 농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불활성 용매인 벤젠 용액에 메틸 메타크릴 레이트(MMA) 단량체의 농도를 달리하여 얻은 중합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반응에서 중합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중합도가 낮아 고분자의 농도가 낮을 때에는 전화율 대 시간 곡선을 일반적인 라디칼 중합반응속도론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분자의 농도가 증가함에 다라 중합 반응속도론으로 표현할 수 없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자동 가속화 겔 효과 혹은 트롬스도로프 효과라고 합니다.
이처럼 특이한 거동은 성장반응과 정지반응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고분자 용액의 점도가 104 poise 이상으로 높은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성장반응은 작은 단량체 분자가 성장하는 사슬의 말단에 첨가되는 반응인 반면에 정지반응은 2개의 성장하는 사슬이 함께 결합되는 반응입니다. 고분자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장하는 사슬은 움직임이 제한되지만 단량체는 크기가 작아 움직임의 제한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따라서 정지반응속도는 화학반응의 성질에 의해서가 아닌 반응물의 확산이라는 물리적 현상, 즉 확산 저항 현상(Diffusion limitation)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는 정지반응 속도상수(k_t)를 낮게 하여 결과적으로 중합 속도를 증가시키게 됩니다. 고분자의 농도가 매우 높고 성장한 사슬이 움직일 수 없는 온도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성장반응도 확산 저항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되어 100% 전화율을 얻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괴상 중합의 또 다른 단점은 온도제어의 어려움입니다. 반응 중에 중합계에 발열이 강해 온도 조절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 예로, 비닐 단량체를 중합할 때 발생하는 발열량은 -10~-20 kcal/mol로 매우 높습니다. 또한 유기성계는 열용량과 열전도도가 수용액계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고분자를 함유하고 있는 유기성계의 경우, 점도가 매우 높아 대류 열전달이 저해됩니다. 결과적으로 총괄열전달계수가 매우 낮아져 반응 도중에 발생되는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반응계 전체의 온도를 상승시키게 되어 반응속도와 발열량을 더욱 증가시켜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축합 중합의 경우에는 물과 같은 부반응물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강하게 발열하는 일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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